
처음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쇼를 5년 가까이 붙잡고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긍정적인 점은 언제든 'amnesia'나 'pancreatic cancer' 따위의 용어들이 나올 때 멘붕보다는 한번 씨익 웃고 '근데 뭐였더라'하게 된다는 점 정도. 부정적인 건 어쨌든 자막 없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보니 리스닝에 큰 도움은 안되는, 정말 레저 수준으로 감상하게 되는 시리즈라는 것. 어찌되었건 지금도 대사 한 줄 한 줄이 생생한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무려 10년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이지나 조지 같은 캐릭터들이 하차한 것도, 베일리 같은 캐릭터가 비록 극에 적을 두고 있지만 구심점을 잃고 망가져 가는 것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 쇼에는 많은 시청자를 10년의 세월 동안 붙잡아둔, 절대적이고도 끈기있는 캐릭터가 하나 있었다. 이제는 거의 배우 자신과 동일시되어 버린, 어쩌면 그래서 배우로 하여금 더더욱 떠나야겠다는 의지를 굳히게 했을지 모를, Cristina Yang이라는 캐릭터. 쇼의 시작점부터 마지막 등장까지 늘 consistent했던 성품, 많은 이들의 찬탄을 자아냈던 탁월한 실력과 집요한 노력 등은 그레이 아나토미의 간판스타로서의 Sandra Oh의 실제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 스위스에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앞에 두고 극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아마 많은 팬들에게 오랜 잔영을 남겼을 것이다. 크리스티나답고, 또 산드라다운 명예로운 퇴장이었다. She deserved it, but we'll all miss you.
다음 시즌을 보게 될까? Pretty reluctantly, I say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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