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Michael - Symphonica (Deluxe edition) sound of music

블로그를 재개할 생각은 진작에 있었고, 어떤 것들을 포함시킬지도 대강 그림은 그려놨었지만 시작이 늦은데는 이 판 영향도 있었다. 처음엔 당연히 알라딘에서 쿠폰 신공으로 주문하려고 했었고, 그러다 가격비교+품절사태를 맞았다. 이러다 몇년 전 크리스마스 싱글 때처럼 놓치고 땅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이베이로 갔고, 결과적으론 제때 도착했다. 디지팩 한정판이다 보니 가장 걱정했던 케이스 파손이 없이 도착한 건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어쨌든 새로운 터에 블로그를 두면서 첫 우리말 포스팅으로 이 형님의 따끈따끈한 새 판을 다루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It's almost a privilege.) 조지 마이클이 2013년부터 시작했던 "Symphonica World Tour"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담은 이 실황 편집반은 올해 밸런타인 데이인 3월 14일에 발매되었고, 국내에서는 한 주 정도 더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의 레전드 양반들이 그렇듯, 조지 마이클 역시 이번 신보를 일반판과 디럭스판으로 나누어 발매했다.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던 "Twentyfive"를 제외하면, 2004년의 "Patience" 이후 정확히 10년만이다. 라이브 앨범으로는 영상물만 발매되었던 2009년의 "Live in London"을 제외하면 "Five Live" 이후 21년만이다. 아, 지독한 양반. 신곡을 담은 정규앨범이 아니라는 점에 아쉬워하는 팬들이 못내 많지만, 정작 그간 새롭게 내놓았던 곡들이 하나같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이 편이 낫다는 의견들도 있는 듯하다.

1. Outside
상당한 요그형 빠돌이임에도, 처음에는 Deluxe가 아닌 일반판 구입을 고려했었다. 일단 디럭스판이 국내에는 일찍 출시가 안된 탓도 있었고, "Faith" 한정판 때도 느꼈지만 가격 대비 효용이 얼마나 될지 미심쩍었기에... (난 지금도 "Faith" 앨범은 일반판 하나로 잘 버티고 있다. 정작 잘 듣지도 않은 3집 앨범은 "Older & Upper" 버전으로 갖고 있으면서!)

그러나 막상 받아보니 만족스럽다. 일단 일반 주얼케이스의 형태를 벗어나는 앨범을 매우 싫어하지만, 다행이 이 디지팩판은 대신 평균적인 DVD 케이스 사이즈를 채택하고 있어 그의 다른 DVD들과 수납하기가 용이하다. 수록곡은 일반판 대비 3곡이 추가되어 총 17곡이고, 아트북 스타일을 잘 살린 사진집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표지를 열자마자 반갑게 맞아주시는 이 형님의 포스.

미국에서 여기까지 저 케이스가 이빨 하나 안 빠지고 용케도 무사히 건너왔다. 전체적으로 중년의 여유와 품위를 담기 위해 애쓴 분위기다. 조지 마이클이 "Listen Without Prejudice" 때부터 고집해온 '절제하는 디자인'이 잘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남자로서 가장 젊고 혈기왕성한 30대에 그는 오히려 자신의 외모를 음반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2. Inside
수록곡들은 전적으로 대중의 선호도보다는 그의 취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 "Live in London"과는 달리 업템포 곡이 완전히 사라졌고, 교향악적인 중후함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블루스와 재즈 스타일의 곡들이 포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Careless Whisper"가 제외되어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을 듯한데, 대신 기존에 음반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Feeling Good"을 비롯하여 테렌스 트렌 다비의 명곡인 "Let Her Down Easy", 엘튼 존의 "Idol",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Going to the Town"과 같은 신선한 커버곡들이 새롭게 수록되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녹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전체적으로 힘보다는 유연함에 중점을 두어 노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Live in London" 때 "Careless Whisper"나 "One More Try"의 라이브가 전성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게 다소 김빠진 듯한 느낌을 (어쩔 수 없이) 준다는 사실에 실망한 팬들도 있었는데, 이 앨범도 사실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나이 때문인지 이제 기존의 창법과는 완전히 거리두기를 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아직도 "Jesus to a Child" 싱글에 함께 실려있던 "One More Try"에서의 열창을 기억하는 나로서도 이 부분은 몹시 아쉽지만, 호소력이나 완급 조절, 그리고 노래의 밀고 당기는 맛을 감탄하리만치 잘 살리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 15년 가까이 그의 팬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앨범의 발매를 불과 한 달 남겨두고 명을 달리한 전설적인 프로듀서 필 레이몬(Phil Ramone)에 대한 헌정의 글이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빌리 조의 최전성기의 앨범들은 거의 다 그가 프로듀싱했고, 2000년대 산타나의 성공적인 재기, 2010년대 토니 베넷의 재조명에도 절대적인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3. Beside
전체적으로 약간의 양념이 좀 더 더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듣는 내내 귀가 호강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역시 이 판이 그간의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 만한 좋은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노래실력에 관해서만큼은 확실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는 아티스트라고 굳게 믿기에,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벌써 50줄에 다다른 조지 마이클이 난 여전히 애틋하고, 참 많이 고맙다. 예전에는 결벽증 좀 버리고, 평이야 어떻든 곡도 좀 더 많이 내고,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보다는 그냥 이 사람이 편하게 음악하는 만큼 나도 편하게 즐기면서 들어주자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나부터도 예전처럼 열성적으로 팬질할 시간도 없고.

"Cowboys and Angels"를 들을 때마다 늘 느끼는 가슴 아련함이 여전해서 다행이다.
15년 팬질의 증거. DVD도 있는데 귀찮아서 출연 안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