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바이올린 협주곡 - Gil Shaham sound of music

예전에 까칠하기 그지없는 노먼 레브레히트 할배의 책에서 바버(Samuel Barber)의 미덕은 '위로의 힘'이라는 구절을 보고 격하게 공감했던 게 기억난다. 20세기 작곡가 중 아마도 조지 거쉰 다음으로 생전 최고의 영광을 누린 사람이지만, 아직까지 '현을 위한 아다지오' - 맞습니다, 영화 'Platoon'의 그 처연한 곡 맞고요 - 외에는 대중적인 히트곡은 없는 편이다. 특히 국내 연주자들에게는 너무하리만치 외면당하고 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의 고전음악 감상층이 좁다 보니 유명곡 위주로만 레퍼토리를 꾸리게 되는 현실이 반영된 것 같다. 최근 불고 있는 '힐링'의 바람을 생각한다면 바버라는 작곡가, 특히 이 정감 넘치는 바이올린 협주곡은 정말 재조명이 필요하다. (처음 두 악장의 완성도가 워낙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3악장이 많이 아쉽기는 하다.) 조슈아 벨의 연주가 워낙 명반인 데다 현대곡이다는 특성상 해외에서도 많은 연주자들이 시작점에서 도전하는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사실 이 정도 곡이라면 감동적이지 않게 연주하는 게 더 힘들 것이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가진 가벼운 듯 하면서도 우아한 음색을 잘 살리는 연주자 중 한 명으로 길 샤함(Gil Shaham)을 들 수 있다.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난 샤함처럼 달달한 곡은 달달하게 허세 없이 들려주는 연주자가 좋다. 벨의 연주와 마찬가지로 첫 악장, 첫째 마디, 첫 음부터 사람을 완전히 녹여버리는 모습이다. 2악장은 온화하면서도 아스라한 아름다움이 가득하고 3악장에서는 테크니션으로서의 샤함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악장 중간에 터져나오는 박수에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Samuel Barber - Violin Concerto, Op. 14
I. Allegro (00:00)
II. Andante (10:26)
III. Presto in moto perpetuo (19:12)

Gil Shaham, violin
BBC Symphony Orchestra
David Robertson, condu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