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lomo Mintz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sound of music


클래식 음악 감상에 있어 제목은 종종 방해물이 된다. 일단 협주곡 몇 번, 몇 악장 하는 식의 형식적인 제목은 고전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낯설게 들리며, 곡의 특색을 살려줄 이렇다할 표제('사계'라든가 '겨울여행' 등등)조차 없는 경우 안 그래도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를 음악이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남은 건 오롯이 음악 자체의 몫인데 정말 어지간한 훅(hook)을 가진 곡이 아니라면 '협주곡 몇 번'으로 대중의 뇌리 속에 오래도록 기억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최근에는 다행히 고전음악과 대중음악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없애는 뜻있는 노력들이 젊은 음악인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고, 또 같은 클래식이라도 보다 쉽고 친숙하게 지평을 넓히도록 노력하는 지식층(한국에서는 조윤범 씨를 들 수 있겠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 그래도 안도가 된다.

이 곡에 표제가 붙였더라면, 아마도 '무슨무슨 dance'로 명명되지 않았을까. 이 화려한 협주곡은 전 악장이 모두 흠잡을 데 없이 멋쟁이지만 그 중에서도 3악장의 도입부는 역동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익살스러운 유쾌함이 실려 있다. 꼭 발레 '돈키호테'에서 길거리 무희가 에스파다 꼬여내는 필...이랄까.) '모든 악장을 한 자리에서 들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만 없었다면 이 곡은 '무반주 첼로 조곡'이나 '헝가리 무곡' 못지않게 어떤 형태로든 대중에게 좀 더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귀를 잡아끄는 흡인력도 대단하고, 지나치게 길거나 난해하지도 않다. 그러나 7분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바이올린이 들려줄 수 있는 소리란 소리는 다 선사한다. 클래식 실황에서 연주자의 표정 연기가 음악 감상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성악을 제외하고는 극히 드물지만, 이 곡만큼은 다들 좀 더 과감하게 웃기도 하고 찡그리기도 하면서 연주하면 참 맛깔스러울 것 같다. 슐로모 민츠의 경우 표정은 전체적으로 좀 굳어 있는 편이지만 연주만큼은 착실하고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영상이다) 이 곡의 레전드로 알려진 하이페츠나 힐러리 한의 연주들도 역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