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센스반을 안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sound of music

요 며칠 음반 지르는 못된 취미가 재발동했다. 그 덕분에 모 중고샵에서 빨강머리 믹 허크낼 아저씨가 이끄는 '기냥 빨개' 밴드의 미개봉 2CD 베스트앨범을 단돈 6천원에 공수해온 것까진 참 좋았는데, 광고용이랍시고 겉비닐에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니 뭔가 이상하다.
'심플리 레드의 굴욕'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어떻게 바로 위에 있는 밴드이름 하나를 제대로 못 베껴쓰냐. 80년대 LP 시절에야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지만, 이건 무려 2005년에 나온 앨범인데. 스티커 찍은 놈이 누구인지 애꿎은 로린 힐마저도 동반굴욕을 당했다. (정확한 표기는 Lauryn Hill이다.) 이걸로도 모자라 심지어 노래 제목까지도 틀렸다. "If you don't know me by KNOW"라니, 도대체 무슨 뜻이야?

(이쯤에서 잠시 명곡감상, 리메이크를 하려거든 이 정도 레벨은 되어줘야지.)

영어는 그렇다치고, 우리말 가지고도 트집잡자면 '총 망라 한'이 아니라 '총망라한'으로 다 붙여쓰는 것이 맞다. 몇 글자 들어가지도 않은 코딱지만한 스티커에 틀린 부분만 무려 네 군데다.
(허크낼 아저씨, 지못미... 그래도 님하 목소리는 여전히 쵝오!)

그래봤자 떼어내면 그만인 스티커를 두고 한참이나 열을 내다 생각해 보니 아뿔싸, 나한텐 이런 앨범도 있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아직도 감 안 잡히는 분은 어디 가서 라틴 팝 얘기 나올 때 잠자코 계세요.)

광고용 스티커에 달라붙은 오타 따위야 어차피 포장 뜯으면서 스티커도 떼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저건 좀 심한 게 아닌가? 라벨 부분은 일단 CD장에 꽂아두면 꺼낼 때마다 두고두고 보게 되는데, 얼마나 대충대충 작업했는지 상상이 간다. 차라리 오리지널 아트웍을 그대로 갖다 쓰든지 말이다. 볼 때마다 거슬려서 결국 나중에 수입반으로 갈아탔다.
(보란듯이 멀쩡하게 잘 찍혀있는 수입반. 저래봬도 서울역 북오프에서 무려 3,300원에 건져왔다.
라이센스는 훨씬 비싸게 주고 샀었는데, 이런 부조리가 다 있나.)

물론 저것은 90년대 나온 음반이기 때문에 저렇고, 2000년대 중반 이후 나온 앨범들은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앨범 속지 일부를 들어내고 해설을 삽입하는 만행 대신 별도의 속지에 해설지를 끼워넣는 왜놈들 방식을 벤치마킹하면서부턴 라이센스반도 제법 괜찮아졌다. 라이센스반과 수입반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한 번 시간을 내어 포스팅하겠지만, 이 한 마디는 꼭 해야겠다. 음반시장은 다 쓰러져가는데 그나마 남은 소비자들은 수입반만 좋아한다며 된장 타령하는 우리 나라 음반사들, 진지하게 충고하는데 한 번쯤 '쇄신'의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런지.

덧붙임:
글로리아 누님 좋아하는 분 계시면 저 라이센스반 그냥 드릴게요. 단 저희 회사 앞까지 오셔야 합니다. ㅜㅜㅋ

덧글

  • 걔핑크 2009/07/13 22:12 #

    어유...병신.. 이란 말이 절로 나오네요.... 그나마 저건 스티커이길 망정이지 정말 어떻게...어떻게 라벨이 저모양.... 믿을수가없어... 발로작업을 해도 저렇진 않을거에요
  • nathan 2009/07/13 22:41 #

    이거 실시간인데요. :)
    정말 발로 작업했을지도 모르지요. 어느 쪽이 되었건 두고두고 기억될 소니뮤직코리아의 병신인증임은 분명합니다. 글로리아 에스테판이었기에 망정이지, 머라이어 캐리쯤 되는 가수 앨범에 저런 짓 했었다가는 전량 회수, 리콜하는 대혼란이 빚어졌을지도... :)
  • Ragna 2009/07/14 03:06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믈리 레드도 그렇고..글로리아 에스테판..읽을 수가 없네요..ㅋㅋ에스판? 이라고 읽어야 할까요..머라이어 캐리야 소니 시절에는 저런 실수 나왔다가는 목이 달아났겠죠...당시 앨범 판매량 생각해보면...그나저나 저 라벨 만드신 분들은 큰 웃음을 주시는군요.(근데 웃음 뒤에 쓴 맛이 나는 게 흠이네요)
  • nathan 2009/07/14 18:23 #

    저처럼 저 앨범을 돈 주고 산 분들은 그 쓴맛이 꽤 오래 가겠죠. (엉엉)
  • zyo 2009/07/14 08:35 #

    북오프, 참 좋은곳이죠- ㅋㅋ
  • nathan 2009/07/14 18:24 #

    못해도 한달에 한번씩은 꼭꼭 들러주고 있습니다. 운과 타이밍이 좋으면 레어템을 헐값에 건져올 수 있죠.
  • Run192Km 2009/07/14 10:10 #

    전 DJ Shadow의 음반을 샀는데
    DJ Shdow라고 프린팅이 되어있었지요...허허허...
  • nathan 2009/07/14 18:24 #

    또 하나의 안습이군요. 인증샷 하나 안 찍어주시렵니까? ^^
  • dunkbear 2009/07/14 10:54 #

    오히려 본사가 까다롭게 굴던 라이센스 발매의
    LP시절이 저거보다는 나았던 것 같습니다. ㅡ.ㅡ;;;
  • nathan 2009/07/14 18:26 #

    LP는 그 형태의 특성상 옆라벨 좀 잘못 찍혀도 맘이 조금 덜 아프겠죠. CD는 치명적...ㅠㅠ
  • 2009/07/14 14:46 #

    에스..."판"(에스판 이라고 읽어야 하는건가 저건;;)은 어떤 누님 인건지 ㅋㅋ;;;;;
  • nathan 2009/07/14 20:50 #

    아마도 "Cogga"를 부른 누님으로 추정됩니다.
  • 괵이 2009/07/24 16:13 # 삭제

    글로리아 다음에 어떻게 읽어야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스크롤 내렸습니다ㅋㅋㅋㅋ
  • nathan 2009/07/27 09:34 #

    우리 나라에선 정말 인지도가 없나봐요. 심지어 리키마틴이나 제니퍼 로페즈보다 떨어지는 듯. ㅡㅜ
    요즘 같이 날 더운 때에 이 누님 내한공연 온다면 전 통장 털어 보러갈 텐데요. ^^
  • \\\'ㅡ\\\' 2009/09/26 03:09 # 삭제

    음 이름은 참 유명하지만
    노래는 기억나지 않는 분이죠. ㅋㅋ 글로리아 에스테반. ㅋㅋ
  • nathan 2009/09/27 21:40 #

    얼마나 좋은 노래가 많은데. 저 음반 너한테 줘야겠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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